에세이, 개념 - 디자인(design)

2020-04-23

좋은 디자인은 없다. 다만 자신에게 좋은 디자인이 있을 뿐이다.

Farnsworth House, Mies van de Rohe(1951)

우리는 디자인을 생각할 때 모던풍의 의자라든지 눈에 확 들어오는 로고라든지 화려한 의상이나 건축물들을 상상한다. 하지만 그건 디자인의 극히 일부분이다. 디자인은 미(aesthetics) 그 이상의 것이다. 디자인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데시그나레(designare)에서 유래한다. 디자인(design)은 계획(plan) 한다는 뜻이다. 디자인은 화려할 수도 점잖을 수도 괴상할 수도 있다.

좋은 디자인과 나쁜 디자인이 있을까?

De Divina Proportione, Leonardo Da Vinci(published 1509)

일반적으로 보기에 아름답고 균형을 갖췄으며 기능적으로 훌륭하다면 좋은 디자인이라고 여겨진다. 실제로 한때는 디자인은 수학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신용카드의 비율 1:1.618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그건 한 종류의 디자인에 불과하다.

디자인은 의도적으로 아름답지 않게 만들기도 의도적으로 불균형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또 일부러 사용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모든 것은 디자인의 의도에 따라 달라진다. 모든 디자인은 해석이다.

Bauhaus Dessau(1925)

바우하우스(Bauhaus)는 기능주의 기반으로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함으로써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했다고 한다.

도대체 불필요하다는 말이 무슨 말인가. 필요성은 시대를 따른다. 또 개인의 시선을 따른다.

당연히 무엇을 디자인을 하냐에 따라 그 본질(essence)은 다르다. 건축에서는 설 수 있는 판(slab), 비와 햇빛을 막아줄 지붕(roof), 지붕을 받쳐줄 기둥(column), 바람을 막아줄 벽(wall), 밖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창문(window) 등이 있다. 

The Dominican Motherhouse, Louis I. Kahn(1965 - 1968)

하지만 이 본질(essence)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그건 전적으로 디자이너에게 달려있다.


기능(function)만을 따라갈 것인가? 세계적인 기준을 만든다는 건 경제적이지만 다양성을 해친다.

미(aesthetics)적 아름다움만을 따라갈 것인가? 모두의 미적 관점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동시대에서도 모두 다르다.

Therme Vals, Peter Zumthor(1943)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수백 년간 이뤄져왔다. 그 절대적인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균형이었다. 균형은 수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었고 정의하기 쉬웠다. 하지만 모든 디자인은 그렇게 단순하게 이뤄져 있지 않다. 디자인은 형태나 기능만을 포함하지 않는다. 재료(medium), 재료에서 오는 질감(texture), 냄새(smell), 맛(taste) 무게(weight), 더 나아가서는 경험(experience)까지 포함한다.

Pruitt-Igoe building in St. Louis(1972)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Design for everyone is design for no one.”

“모두를 위한 디자인은 누구를 위한 디자인도 아니다.”

전 세계적인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장소, 상황, 사람에게 완벽한 디자인이란 없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디자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신에게 맞는 디자인을 찾고 자신의 가치를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