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개념 - 단순함(simplicity)

2019-12-19

디자인적 관점에서 단순함이란 보기에 형태가 단순하고 명확한 것이다. 예술계나 건축계에서 단순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에서는 예술적 기교나 각색을 최소화하여 본질에 가까운 것을 또는 것으로 표현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한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계기에서 왜곡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현재에 있어 미니멀리즘은 생존(survival)과 직관된 이야기이다.

난민 캠프(low-cost refugee houses)


전쟁 직 후 또는 자연재해를 겪은 황폐화된 땅에서 당장의 안전 확보와 추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자 가장 경제적인 방법으로 집을 짓게 되는데 이때 지어지는 집은 가장 미니멀하다. 시간적으로나 비용에서나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개발도상국을 제외한 국가는 이미 과부화 상태이다. 한마디로 경제가 전례 없이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많은 분야에서 공급은 수요를 넘어선지 오래이다. 이때 떠오르는 것은 경제성이다.

경제성(economy)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경제적이란 단어 economy는 본디 ‘딱 맞다’의 의미였지만 현재는 ‘저렴한’이란 의미로 통용된다. 저렴한 것이 옳은 시대가 된 것이다. 모든 개념이 상대적이듯 저렴하다는 것 역시 상대적이고 모든 대상을 아우르는 객관적 개념에서의 저렴함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생각하기 나름이다. 하지만 우리가 믿는 경제적인 것은 합리적인 것과 통한다. 단순히 ‘느낌적으로 이 정도면 괜찮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시적 관점에서 우리에게 득이 되는 것이 합리적이라 믿는다. 미시적 관점에서의 득은 자신을 좀 먹는 경우가 많다.

성베드로 성당(St. Peter's Basilica in Rome)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디자인에서의 미니멀리즘이란 결국 ‘격이 떨어지지 않는 선에서의 경제화’이다. 이렇게 미니멀리즘은 장식을 덜어내면서 시각적으로 단순해진다. 그리고 장식의 배제로 본질을 보게 된다. 본질을 추구해서 본질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본질밖에 남지 않아서 본질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가질 수 있는 것이 본질뿐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있어 장식이란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성 베드로 성당(St. Pete’rs Basilica)을 건설하면서 로마는 몇번이나 경제위기를 겪는다. 화려한 성베드로 성당의 스케일(scale), 장식(decoration & sculpture)과 아치형 지붕(vault)을 보면 그 웅장함과 화려함에 압도당한다. 이때 돈이 없다면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만 하는 것들을 남기는 일을 하게 된다. 그로 인해 모든 장식이 덜어지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레 스케일(scale)이 줄어든다. 장식을 배제하면 가구 하나 없이 텅 빈 커다란 집처럼 공허하기 때문이다.

안도 타다오의 빛의 교회(church of 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