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 장인정신이 없어지는 이유(이메테리얼)

2019-12-13

답은 간단하다. 장인 취급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메테리얼(immaterial)은 건축을 하는 두 명의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고 운영된다. 주 수입원이 브랜드 이윤이 아니기 때문에 이때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 사실상 이메테리얼은 마진이나 시장성에 대한 그 어떠한 고려도 없이 만들어졌다. 그 이유는 단순히 신발이 좋아서 우리가 신을 신발을 만들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우리는 저퀄리티의 제품은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소재로 보나 만듦새로 보나 최고를 원했다.

화이트 색상의 송아지 가죽(이메테리얼)


이탈리아를 선택한 이유

처음에는 이탈리아를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좋은 원자재만 가지고 있다면 재봉기술에 차이가 있으면 얼마나 있겠냐는 믿음 때문이었고 개인적으로는 MADE IN ITALY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좋은 가죽과 오리지널 마르곰 밑창을 가지고 국내 공장에 샘플링을 했다. 빠르면 제품 생산을 1달이면 한다는데 우리는 2년 반을 제품 수정을 하였다. 공장도 옮겨보고 이탈리아에서 기계도 사봤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 첫째는 장인 정신의 부족. 둘째는 좋은 재료를 다뤄본 적이 없는 것에 대한 무지함. 셋째는 국내에서 사용하는 기계의 한계. 넷째로는 기계가 있다 한들 그 기계에 익숙하지 않아서였다.

그래서 원하는 완성도를 얻기 위해 무작정 명품의 고장 이탈리아로 가게 되었다.

이탈리아에는 이탈리아인이 만드는 공장이 많이 사라졌고 그 자리를 중국인들이 매웠다. 이탈리아인들 특유의 고립성 때문일 것이다. 이탈리아어 외에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이 없고 또 공장들도 숨겨져 있는 경우들이 많다. 그렇게 이탈리아의 많은 공장들이 사실상 망했다.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 것이 중국인들이다. 그들은 이탈리아에서 “MADE IN CHINA”를 현실화 시켰다. 값싼 노동력으로 다른 토착 이탈리아 공장들을 위협했다. 그 위협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법은 그들을 착취의 시각으로서가 아닌 하나의 장인으로 바라봐 주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왜 장인 정신이 사라지는가. 그 누구도 장인 취급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탑다운(TOP DOWN) 방식의 착취이다. 고객들은 아주 싼 가격에 최상급 제품을 얻기를 원한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 당연히 착취를 통해 발생한다. 일단 실제 가격을 떠나서 자신에게 비싸다고 여겨지면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믿는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시각은 한정되어 있다. 나 역시도 소비자 시절에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살면서 느낀다. 착취는 다른 착취를 낳을 뿐이다.

회사는 생존을 위해 공장에 단가를 낮춰 달라며 요구하고 공장은 인부들의 월급을 삭감한다. 이런 악순환이 단순히 패션 업계에서만 발생할까? 그렇지 않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노동자가 나와는 거리가 있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도 누군가의 아버지일지 자신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착취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메테리얼은 수십년간 자손대대로 신발 제조를 하고 있는 이탈리아 신발 장인이 만든다."